서울의 끝자락, 지하철 4호선의 종착역 당고개는 흔히 떠올리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서울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높은 빌딩과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쌓인 서울의 도심과는 달리 종점만의 특유한 소박한 정취가 물씬 풍긴다. 오래된 집들과 좁은 골목길, 전봇대의 여러가닥이 얼기설기 엉켜서 축 늘어진 전선 등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회귀한듯한 착각마져 든다. 공장에서 찍어 낸 도시의 모습을 마주하는게 아니라서 그 만큼 정겨운 마음이든다. 아마도 이런 모습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당고개 역에서 나와 한 좁은 골목길로 들아가 곱창볶음집을 찾아들어갔다. 얼마나 오래 됐는지 모르지만 십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어 맛 하나는 그 모습으로도 보장할 것 같았다.
우리집곱창의 메뉴는 단촐하다. 메뉴가 단촐해야 진짜 맛집이다. 그래서 얼마나 맛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주문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볶음 냄비에 갖가지 재료가 푸짐하게 나온다. 당면도 높이 쌓여 있어 눈맛을 자극한다.
보글보글 얼마나 끓였을까? 국물이 졸아들고 양념이 베어들면서 서서히 먹음직 스런 색을 띠고 맛이 들어간다.
부드러운 식감과 매콤함이 어우러져 그 맛이 정말 끝내준다. 내 눈과 손이 한 몸 처럼 바삐 움직이며(실제로 한 몸이긴 하지만) 연신 곱창을 입으로 실어 날랐다. 매콤한 곱창이 생각난다면 서울의 끝자락에서 옛스럼의 정취와 함께 맛을 즐길 수 있는 당고개를 찾아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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