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고 싶다. 코로나가 여행객의 발목을 잡고 도무지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언 2년 째다. 1년에 한 두번 해외로 여행을 더니던 지난 날들이 그립다. 코로나19 정말 고역이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을 하며 그 무료함을 달래보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바로 현지 문화와 음식이다. 일본에 가면 일본음식, 중국에 가면 중국음식, 베트남에 가면 베트남 음식으로 현지 음식을 즐긴다. 그렇지 못하니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인지 최근 현지처럼 요리를 하는 식당을 찾아 다니며 그 부족함을 채운다. 대만식 우육면이 그랬고 미국식 바베큐나 버거가 그랬다. 이 번에 찾은 곳은 평택에 있는 일본식 오마카세 전문점을 다녀왔다.
오마카세란
일식집에서 볼 수 있는 오마카세는 셰프에게 메뉴 선택까지도 전적으로 그날 식사를 맡긴다는 의미로 셰프가 직접 고른 신선한 식재료로 조리를 해 손님에게 요리 내어주는 것을 말한다. 가장 어려운 고민증 하나가 뭐 먹지라는 고민이다. 날마다 매 끼니 때마다 하면서 끝이 나지 않는 고민이다. 바쁜 현대인으로 복잡하게 살아가기도 바쁜데, 또 직장 내 대인 간 쌓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식사 메뉴까지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다면 오마카세를 추천한다. 메뉴를 고를 것 없이 앉아서 셰프의 요리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버드나무 외관 내관
실내 인테리어는 일식집 분위기 보다는 고급스러운 바 분위로 꾸며놓아 산뜻한 느낌이다.
오마카세 전문점인 버드나무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대부분이 국내산이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연어, 참치를 제외한 다른 해산물은 국내산 특히 자연산을 사용한다. 부시리와 참돔이 자연산이라니 그 값어치만 해도 만만치 않다. 소고기는 호주산을 사용한다.
버드나무 메뉴판
오마카세
고급 일식집 답게 기본 반찬이 소박하면서 정갈하게 담겨나온다. 기본 찬은 입맛을 돋우면서 메인요리와 중간에 입가심까지 할 수 있어 메인요리 고유의 맛을 느끼며 식사를 하도록 돕는다.
기본 상차림 후에 미소된장국이 나왔다. 그냥 흔한 가벼운 미소 된장의 맛이 아닌 깊고 진한, 얼핏 우리네 된장국과 같은 미소 된장국이 나온다. 그 깊은 맛에 감탄을 하며 연신 국을 떠 맛을 본다.
밑반찬과 거의 동시에 니온 셀러드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고 메인 요리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가장 먼저 부시리 회가 나왔다. 방어, 부시리는 살이 제대로 올라 기름끼 좔좔 흐르는 겨울철이 제철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에 맛보는 부시리는 기름이 녹듯이 흘러내리는 기름진 고소함이 특징이라면 봄 여름철엔 단백함과 부드러움으로 또 다른 맛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뱃살 부분엔 계절 거릴 것 없이 기름이 베어 있어 그 고소함은 어느 때나 여전하다. 대방어 대부시리 는 언제나 그냥 맛있다.
와사비도 생와사비여서 향과 맛이 정말 좋다. 이건 어떤 제품을 쓰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향이 좋았다. 이런 소소한 만족이 요리의 품격을 완성 시키는 듯 하다.
와사비를 따로 담을 종지가 없어 쯔유를 담은 종지에 와사비를 살짝 덜어 사시미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찍어 먹었다. 개인적으로 와사비를 개인 종지에 담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쯔유에 섞어 먹는 이들도 있고 또 따로따로 조금씩 덜어 먹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부시리에 이어 참돔 사시미가 나왔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했던가 자연산이라 그런지 자태가 훨씬 곱다. 하나의 작품 같다. “눈으로만 감상하세요”라고 붙여놔도 고개를 끄덕 거릴 정도다. 사실 첫 느낌이 젓가락으로 한 점 떼는게 아까웠다. 시각과 미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참돔 한 점이다.
빛깔 고운 연어 역시 부드러움 그 자체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연어는 가히 입맛을 돌려 놓는 맛이다. 요즘이야 연어가 맛볼 기회가 많아 흔한 홧감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그런 흔한 맛이 아니다. 이 역시 숙성도와 부위에 따라 그 맛은 천차 만별이다. 이 곳에서 연어회는 부드러움 그 자체다. 마치 아이스크림 녹듯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경험을 하게된다.
사이드메뉴 부시리 가마구이
오마카세 코스요리가 나오는 중간에 부시리 가마구이가 나왔다. 부시리 가마구이는 오마카세에 포함되지 않은 사이드 추가 메뉴다.
가마구이는 처음 먹어보는 요리였다. 먹어보고 후회했다. 이 맛있는 걸 왜 이제서야 먹었는지 후회했다. 진짜 맛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다. 사이드가 아닌 메인요리로 나와도 부족함이 없는 맛이다. ‘겉바속촉’은 바로 이 가마구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두일미’라 했던가 바로 이걸 두고 하는 말이다. 온갖 수식어를 다 붙여도 그 맛을 표현하기 어렵다. 그맛 맛을 봐야 안다. 부시리 가마구이는 한정판이기 때문에 매일 있는 요리는 아니라고 한다. 부시리를 잡는 날 당일이나 그 다음날에만 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시리에 얼굴은 단 두쪽 밖에 없으니 그 수량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사이드지만 가히 이 일식집에 시그니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오마카세
부시리 가마구이로 감탄하며 정신을 놓고 흡입을 거의 끝마칠 때 쯤, 뿔소라 숙회가 나왔다. 입가심도 할 겸 상큼한 요리가 니오니 젓가락 질을 멈출수가 없다.
숙회는 역시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꼬득꼬득한게 씹는 맛이 최고다
차갑게 식힌 호주산 와규가 이어서 나온다. 와규는 일본산 소고기를 일컷는다. 알고있기로 고베산 소가 육우로는 가장 으뜸이라고 알고 있다. 이게 와규의 대명사로 퍼져있다. 일본산 소고기가 아닌 호주산 소인데 와규라니? 살짝 의아했으나 호주에서도 일본 소 품종을 수입해 와규라는 이른을 붙여 전세계에 수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와규라 불리는 일본소와 같은 품종을 호주에서 수입해 온 소를 사용하는 듯하다.
식감이 살짝 질긴점을 미루어 볼 때, 요즘 유행하는 숙성육은 아니고 부위 역시 등심으로 추측해 본다. 확실이 육질이 안심은 아니였다. 허나 정말 맛있다. 겨자를 살짝 올러서 고기를 입속에 넣고 질겅질겅 씹고 있으면 와규의 육질이 십히면서 고소한 항이 입안에 퍼지면서 맛의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일식 고급 요리의 끝판왕인 바로 성게알이 한 판 가득 수북하게 나왔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황금덩이가 식탁위에 올려져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영롱하다.
김에 싸 먹어도 맛있고
아까 나온 와규에 올려 먹어도 맛있다. 물론 그냥 먹어도 그 향과 맛은 으뜸이다. 또 먹고 싶다.
일본식 계란말이도 도 중에 나왔다. 계란말이엔 날치알이나 케비어를 함께 먹으면 더 맛이 좋지만 없으니 김과 계란말이 그리고 성게알을 싸서 한 입에 쏙 넣으니 그 또한 완벽한 궁합이었다.
온갖 튀김이 정신 없이 나온다. 붕장어튀김, 가지튀김 등 댓가지 튀김종류가 나온다. 여기에 뎀뿌라(새우튀김)도 있었는데 먹느라 정신이 팔렸는지 사진에 담지 못했다. 이 때 쯤 되면 배가 서서히 불라와, 와 배부르다, 맛있다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먹는다.
마지막 후식으로는 메론이 소박하개 담겨 나온다. 메론 맛이 정말 제대로 들어 달작지근하니 배가 이만큼 차 있음에도 들어간다. 메론이 장말 싱싱하고 맛이 잘들었다.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는 셰프님의 정성이 메론으로 정점을 찍는다. 이 맛에 오마카세를 즐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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