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막국수는 주로 더운 여름에 많이 찾는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냉면, 냉막국수 같은 얼음처럼 찬 음식은 겨울음식이다. 지금이야 얼음 구하기가 식은죽 먹기지만 불과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겨울 외에는 얼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얼음이 얼마나 귀했으면 조선시대에는 임금만을 위한 얼음을 보관하는 창고와 관리까지 두어 특별관리를 한 기록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지명인 서빙고가 그 대표적인 조선시대 얼음창고였다. 이처럼 귀한 얼음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던 시절에 얼음을 동동 띄워서 먹는 막국수는 겨울에나 구경할 수 있던 음식이다. 아직 겨울 추위가 남아있을 때, 제철음식인 막국수를 한 그릇이라도 더 맛보기 위해 찾아 나서본다.
이번엔 멀리 나가지 않고 서울에서 그 겨울 맛을 즐겨본다. 송파구 잠실에 소문난 막국수 집을 찾아 겨울 제철 음식인 막국수를 맛보러 남경막구수로 향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일이니 방문객은 휴일을 피해 방문 일정을 잡아야 한다.
100% 국내 메밀을 자랑하는 이 식당만의 고집이 만들어 내는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이 식당의 메밀국수를 즐기는 방법이 적혀있다. 비빔막국수에는 아무것도 넣지 말고 나온 그대로 먹는야 순하고 고소한 제맛을 즐길 수 있고 물막국수는 담백한 맛을 즐기려면 그대로 먹고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때에는 식초와 겨자를 조금 넣고 많이 저어서 먹으면 심심함도 해결하고 감칠맛나는 막국수를 즐길 수 있다.
남경막국수의 메뉴판이다. 면류는 거의 다 10,000원이다. 다소 비싸다 싶지만 메밀 국수 제대로 된 곳에서 맛보려면 어느곳이든 이 정도 가격은 주어야한다. 양을 좀 많이 먹고 싶은 이는 사리를 처음 주문할 때 추가하면 된다. 먹다가 추가할 경우 면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15분은 족히 더 걸린다. 따라서 처음 주문시 함께 주문해야 기다림없이 즐길 수 있다. 필자는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 그리고 메밀 전병의 맛이 궁금해 메밀 전병을 주문했다.
필자는 언제나 물막국수, 물냉면을 선호한다. 특유의 단백함과 슴슴함과 새콤함을 육수를 통해서 끌어올려 국수의 맛이 더 좋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비빔국수는 늘 차순위다.
막국수가 준비됨과 동시에 곁들여 먹을 밑반찬이 차려졌다. 무초무침과 열무김치다. 새콤함과 아삭함이 국수와 제법 잘 어울린다.
함께 간 아내는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비빔막국수도 맛깔나 보인다.
거의 동시에 메밀전병도 준비됐다.
먼저 메밀 전병을 한 입에 넣어 감칠맛을 돋운다. 김치로 소를 만들어 살짝 김치만두 맛이 풍긴다.
이제 본격적으로 막국수를 즐겨볼 차례다. 굵직한 면빨이 침샘을 자극한다. 국수라면 어떤 종류든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필자에게 굵직굵직한 면빨은 설렘을 안겨준다.
정말 고숩고 자연의 맛 그대로를 경험한다.
면수도 한 가득 컵에 따라본다. 면수는 이전 강원도 철원 내대막국수에서 맛봤던 깊은 구수함은 아니지만 면수의 온기가 속으로 퍼지면서 은은한 맛과 향이 혀와 코로 전해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향과 맛이 강한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남들은 비리다는 표현을 하고 꺼리는 음식도 그 비릿만을 즐기며 잘 먹는다. 비빔막국수의 경우 필자의 선호 음식 스타일에는 못미친다. 맵기도 덜하고 비빔국수 특유의 향도 덜하다. 뭔가 맛을 보면 건강식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약간 슴슴하다고 느껴질 때는 행과 새콤한 맛이 강한 열무와 함께 먹으면 부족한 맛을 채울 수 있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새 그릇을 싹 비웠다.
주문한 모든 음식을 다 비우고 뽈록 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기다리는 손을 위해 자리를 비워준다.
이곳에서 준비하는 모든 식재료가 국내산이다. 이 점에서 무한 신뢰가 간다. 왠만한 식당에 김치는 모두 중국산인데 김치마져도 국내산, 참깨 들깨도 모두 국내산이다. 신토불이, 왠지 더 건강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이 곳의 아쉬운 점은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 남경막국수는 시장 주변에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길이 좁고 주차 여유공간이 많지 않다. 고작 4~5대 정도 댈 수 있을 공간이 있다. 따라서 붐비는 시간에 운전해서 이 곳을 찾아 가는건 사실 좀 곤욕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던지 조금 덜 붐비는 시간에 이 곳을 찾아 주차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서울 내에서 건강한 음식, 건강한 맛을 찾는다면 이곳을 한 번 찾아가보는 것을 권한다. 맛이 강하지 않아 어린아이들이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멀리 나가지 않아도 어린이들이 우리의 고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듯하다. 실제로 온가족이 함께 이 곳을 방문해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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