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구워 먹는 고기가 먹고싶다는 말을 꺼냄과 동시에 아내는 추천하는 맛집이 있다며 용산 삼각지 인근 식당으로 네비게이션 주소를 찍었다. 그렇게 갑작스레 찾아간 곳은 용산 삼각지에서 줄을 서서 먹는다는 차돌박이 숯불구이 식당이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아 왔음을 한 눈에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다 쓰러져 가는 내외관 모두 허름한 식당이다. 식당의 내외관을 보고 맛집을 찾아가는 건 아니고 오직 음식의 맛 때문에 찾아가기 때문에 내외관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만큼 오래동안 한 곳에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허름한 외관이 오히려 신뢰가 간다. 필자가 도착했을 때, 이미 식당 안은 먼저 온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입구에서 자리가 날 때를 기다렸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한 무리가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 정리 시간을 가진 후, 자리를 안내 받았다.
주차정보
당연히 주차할 곳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주변이 모두 길 좁은 주택가로 되어 있어 길거리 주차를 하기가 어렵다. 아쉽지만 인근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이곳을 찾아갈 계획을 잡는다면 차량을 끌고 가기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가게 입구에서 숯불에 불을 붙인다.
창문 넘어로 빈자리 없이 식당 안을 가득 채운 손님들이 보인다.
숯이 달궈지는 동안 얼핏 보니 참숯은 아니고 흔히 사용되는 열탄이다. 이 점은 좀 아쉽다. 참숯이 향과 열이 좋은데 말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차돌 3인분을 주문했다. 둘이 갔으나 3인 분은 먹어야 간에 기별이 간다. 가격을 보지도 않고 주문후 가격을 확인하니 차돌박이 1인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부담되는 가격이다. 아니 한우도 아닌 국내산 육우가 1인 분에 이 정도라니, 더군다나 차돌박이는 저렴한 맛에 먹는 것으로 그동안 알고 있었는데, 이곳은 아니다. 싼 맛에 먹는 것이 아니라 진짜 돈을 발라서 먹을 정도다. 내돈 내고서 두 번은 먹을 곳이 결코 아니다.
달아오른 불판에 차돌박이를 올려 굽기를 시작한다.
간장 고추 절임에 다 익은 차돌박이를 찍어서 먹으면 상당히 맛이 좋다.
차돌박이를 싸 먹을 양배추도 나온다. 대체적으로 밑반찬은 상당히 부실한 편이다.
이왕 왔으니 가격은 잊고 차돌박이 맛에 푹 빠져본다. 잘 익은 차돌박이를 양념장에 찍어 한입에 쏙 넣어서 오물조물 씹으면 사르르 입안에서 녹는다.
양배추가 싸 먹기엔 크기가 조금 작다. 쌈을 포기하고 고추장에 찍어 와그작 씹어 먹는다.
고추장은 별 특색은 없다. 집고추장은 아니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고추장인듯 하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을 때, 양념장에 벅벅 비벼서 고추와 파 야채와 함께 먹으면 이것도 꿀맛이다.
이번엔 마늘과 함께 차돌박이를 굽는다. 그 굽는 과정을 짧게나마 영상에 담아봤다. 지글지글 고기굽는 소리에 빠져보시라.
주문했던 차돌박이를 어느정도 다 먹어갈 때 쯤, 석쇠를 빼도 상관 없을 때 쯤 차돌막장찌개를 추가한다. 보기에는 저래도 이게 정말 맛이 끝내준다. 살짝 국물 많은 마파두부 맛도 올라온다.
찌개를 맛있게 먹기위해 공깃밥도 함께 주문한다.
석쇠를 빼면서 흐른 기름 때문에 잠시나마 불쑈가 이어졌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불멍을 때려본다.
차돌박이 기름을 머금은 마늘이 정말 고소하다.
석쇠를 제거하고 남은 숯의 잔열로 찌개를 더 끓인다. 이렇게 숯에 바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고기를 어느정도 먹은 후에 찌개 주문이 가능하다.
남은 고추와 파 등을 찌개에 다 들이 부어 보글보글 끌이면 더 맛이 좋아진다.
묵은 김치가 차돌박이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차돌막장찌개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수저 한 가득 떠서 호호 불어가며 맛을 본다. 기대한 것 보다 훨씬 맛있다. 아니 차돌박이보다 이게 더 맛있다. 매콤하면서 고소한 표현하기 어려운 맛이다. 막장찌개라 하는데, 막장이 살짝 마파두부에 들어가는 두반장이 아닐까 하는 맛이 난다. 맛있다.
밥에 쓱 비벼 먹으면 그 또한 일품이다.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 찌개의 바닥을 보았다. 정말 배불리 맛있게 허나 비싸게 한끼를 해결했다. 비싼 가격에 자주 갈 곳은 못되지만 정말 몇년에 한 번 생각나면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이다.
지도는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