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날, 맑은 하늘과 색동옷을 입은 산이 또 다른 계절을 알릴 때, 서울 종로구 부암동 산책을 다녀왔다. 부암동 일대를 걸어다니며 가을을 만끽했다. 맑은 하늘은 코로나로 움추러든 시대에 새로운 싱그러움을 안겨줬고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은 숲은 순환하는 자연의 회복과 풍요로움을 선사했다. 서울 도심 내에서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과 분주한 도심과 쉼없이 달리는 자동차 띠를 보지 않는 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서울 도심에 이렇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맘껏 숲 속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부암동은 충분히 매력으로 다가오는 동네다.
필자가 부암동 일대를 돌아보며 다닌 곳은 청운도서관과 인근 산책로, 윤동주 문학관, 마지막으로 부암동 돈가스집에서 일정을 마무리 했다. 사진을 담다 보니 청운 도서관 사진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먹거리 돈까스가 많았던 것 같다. 기억나는 대로 사진을 중심으로 이 글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먼저 도착한 곳은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울긋불긋 숲이 우거진 곳에 한옥 양식의 건물이 유독 돋보인다. 처음에는 도서관인지 모르고 이곳에 당도했으나 가까이 가서 보니 이곳은 도서관으로 활용하려고 지어진 건물이있다. 도서관 건물이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탓에 색다른 멋이 있었다. 어린 시절 부터 수 많은 도서관을 가봤지만 한옥으로 된 도서관은 다 한 곳도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평생 기억에 남을 도서관이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주변 경치와 정말 잘 어울린다. 한옥은 정말이지 동양의 멋, 한국의 멋, 자연의 멋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하다.
사랑방처럼 보이는 홀로 떨어진 별채 뒤쪽으로 인공 폭포를 조성해 놓아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와 물보라 멋을 더한다.
청운문학도서관 운영시간과 코로나19로 인한 운영 재한에 관한 안내사항이 한켠에 부착되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문을 굳게 닫고 있다가 2020년 9월 말일 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도서 대출, 반납도 가능하고 일부 열람실도 개방해 일반인들이 체온검사와 출입등록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열람실 내에 적은 인원이지만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이 있었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어린이 열람실에는 아이들이 없었다.
도서관 한켠에 마련해 놓은 걱정 분쇄기가 눈길을 끌었다. 마음속에 있는 걱정거리를 이곳에 적어 분쇄기에 갈아버리면 마음을 괴롭히던 걱정이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한다. 누구나 걱정을 쥐고 살기 마련인데, 이런 작은 행동으로 잠시나마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취지가 참 마음에 든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윤동주문학관이다.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리모델링해서 윤동주 문학관으로 사용학고 있다. 전시물은 그렇게 많이 있지 않았고 문학관 안쪽에 윤동주 관련 영상 한 편 쯤은 보고 나올 만 했다. 코로나로 인해 역시 체온검사와 출입등록은 반드시 하고 들어가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시와 문학에 빠져 문학가가 되고 싶은 꿈을 꾸던 시절이 있을 터, 가을이라 그런지 감수성이 예민해저서 윤동주 문학관을 들러 그의 일생과 유작을 다시금 보며 시와 문학에 젖어있던 시절이 떠오른다.
부암동 산책에서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부암동 돈까스다. 이런 식당이 있는지도 모르다가 길가다가 우연히 보고 돈까스가 그냥 먹고 싶은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부암동 돈가스 메뉴판이다.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비싸고 적당하다고 느끼면 적당한 느낌의 가격의 돈까스 메뉴판이다. 등심왕돈가스를 주문했다.
뭔가 클래식하면서 세련된 미스터 선샤인 느낌의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얼마가 지났을까? 주문한 돈까스가 준비됐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먹음직스러움을 담아본다.
사실 돈까스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어린시절 아마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맛보았던 돈까스의 황홀한 맛을 늘 기억하는 듯하다. 자라서 어느덧 중년이 되어 감에도 그 바삭함과 육질의 쫀득한 식감 그리고 달콤한 소스의 맛을 잊을수가 없다. 어딜가나 늘 맛있다.
맛이며 분위기며 많은 부분이 음식의 가격을 고려치 않아도 될만큼 만족스러웠다. 허나,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 위에 메뉴판에서 잠깐 언급했던 비싸다면 비싸고 적당하다면 적당한 가격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가장 기본 등심돈까스의 가격이 1만원 넘는다. 결코 저렴한 편이라는 생각이 안드는 가격임에 틀림없다. 1만원이 넘는 돈까스 집에서 물은 셀프라 적어놓았다. 몇천원 내고 먹는 분식점도 아니고 단품 메뉴 하낙가 1만원이 넘는 식당에서 “물은 셀프”라는것은 서비스의 실종이다. 가격을 책정할 때, 단순히 제품의 가격만 있는 것은 아니고 분명히 그곳에서 제공받는 서비스(인건비)가 포함됐을 터인데, 심하게 말한다면 맛을 떠나서 사실 식당 운영의 기초철학이 결여된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부암동 맛집이 되고 싶다면 물은 셀프 푯말부터 떼는게 우선으로 보인다.
짧게나마 어느 가을날 오후에 햇살을 맞아가며 여유를 부리던 하루였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이런 시간이 더 많이 있을 텐데, 아쉽다. 그럼에도 부암동에서 하루는 지친 일상에서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주는 그런 하루였다. 짧지만 훗날 기억나는 하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저는 일본식 돈까스의 냉장 등심∙안심 성형(포션육) 및
냉장 돈육만을 사용한 한 번 얼린 수제돈까스를 전문으로 제조 전국으로 유통하는
(주)이삭푸드를 운영하는 관계로 돈까스 관련 글들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