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만큼 그 지역의 정서를 잘 담아 놓은 곳은 찾기 힘들다. 시장에 가면 그 고장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포항사람들의 삶을 엿보기 위해 포항에서 유명한 죽도시장에 들렸다. 죽도시장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TV에서 가끔 보면 전통시장이 다 죽었다고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캠페인을 하곤 하는데, 이곳은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분위기 탓일까 발걸음이 가볍다. 시장이 북쩍북쩍 되면 내가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덩달아 신이 난다.
다양한 소반과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이다. 우리나라 전통을 담은 소반과 제기가 참 멋스럽다.
이런 각종 그릇들이 정신없이 진열되어 있어야 시장같아 보인다. 무질서하게 있는 듯 하지만 나름대로 잘 정리되어 있는 그릇들을 보며 이런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란 생각도 든다. 안어울리는 듯, 정신 없어 보이는 듯 하지만 정리 되어 있는….이런 것이 다양성일까?
시장안에 들어서는 순간, 생각보다 크게 조성된 시장 규모에 놀랐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답게 상당한 규모다.
바닷가를 품고 있는 고장이라 내륙에서는 보지 못하는 건조한 생선들이 매대에 놓여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빛깔이 고운 떡을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나칠수 없다는 속담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듯하다.
시장하면 먹거리를 빼 놓을 수 없다. 시장 구석 한 켠에 신기하게도 수제비 골목이 따로 있었다. 수제비가 유명한가? 시장을 둘러보고 회를 먹기로 결심한 터라 맛보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으로 보아 이 골목에 수제비가 유명한 것 같다.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각종 젓갈이다. 이것들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밥 두공기는 그냥 뚝딱 해치울 것 같다.
포항하면 과메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역시 지역 대표 시장 답게 과메기 파는 곳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쫀뜩한 식감과 싱싱한 채소를 곁들여 먹는 과메기 맛이야 말로 정말 일품이다.
수산물 시장쪽으로 넘어 가자마자 보인 어마어마한 크기의 문어 군단이다. 잘 삶아진 그 빛깔이 정말 탐스럽다. 군침이 넘어가는 걸 간신히 참았다. 시중에서 보는 그런 일반 크기의 문어가 아니라 정말 대왕문어라고 부를 수 잇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싱싱한 전복과 해삼 등 각종 해산물이 즐비하다.
대게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이 고장의 자랑거리이다. 대게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영덕과 울진이 가까워서 인지 포항에서도 대게가 진을 이룰 정도로 많이 보인다.
시장을 둘러 보다가 한 구석진 곳을 지나가다가 본 독특한 폐백음식이다. 보통 아래 그림 처럼 약밥에 대추가 일반적인 폐백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위에는 커다란 생선이 진열 되어 있었다. 아마도 바닷가라 저렇게도 하나보다.
수산물 시장에 많은 아주머니들이 자리를 펴고 즉석에서 물고리를 잡아 회를 쳐준다. 예쁘게 가지런히 잘 놓인 횟집의 회 보다 이렇게 시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즉석에서 흥정해 잡아 거칠게 막 썬 막회가 더 맛있다. 이날 잡은 고기는 도다리와 밀치 그리고 오징어 였다. 도다리와 밀치가 아주 제철이라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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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과메기 뿐만 아니라 물회 역시 유명한 음식이다. 새콤하고 상큼한 그리고 쫄깃한 자연산 물회 한 사발을 시켜 마시다시피 들이켰다. 추운 겨울 날 맛본 물회는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살얼음이 더해 등꼴까지 오싹해지는 그런 맛이었다. 한 여름 더위에 지쳐갈 때쯤, 물 회 한 그릇 들이키면 잃던 던 기력이 다시 찾아 올 것 같다.
물회를 시키면 물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매운탕도 같이 나온다. 이 지역에서는 매운탕에 산초를 넣어서 끓여준다. 매운탕에 가득한 산초 맛이 개인적으로 처음 맛보는 맛이라 기대했던 매운탕의 맛이 아니여서 아쉬웠다. 만약 다음에 또 기회가 되어 먹게 된다면 산초를 빼 달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매운탕은 얼큰한 고추가루만 풀어서 먹어도 제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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